주지스님 글-[현불논단] 스님들의 존엄한 노년을 위해(설해스님)
[현불논단] 스님들의 존엄한 노년을 위해
- 설해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 입력 2026.03.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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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차원 체계적 제도 기반 마련 필요
교구별 전담 인력, 노후수행관 마련하고
노후수행관 운영 사찰 소임 제도화해야
오랜 세월 선원에서 수행하다 사찰을 창건하고, 30년 가까이 가람수호와 포교에 매진해 온 비구니 어른 스님 두 분이 계신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조용히 병구완하며 지낼 소박한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찰을 이어 맡을 원력 있는 스님도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 올 스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별도의 거처를 마련한다는 사정을 알기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필자가 아는 70세 이상 어른 스님의 처소는 제각각이다. 대중처소에서 지내거나 상좌가 모시기도 하지만, 홀로 사찰이나 토굴을 지키거나 불교계 요양시설에 머물기도 한다. 심지어 아파트나 일반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스님도 있다.
일반 사회의 어르신들은 선택지가 다양하다. 자택 통합돌봄 서비스나 고령자 복지주택, 실버타운을 이용할 수 있다. 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필요하다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의지할 수도 있다. 반면 스님들의 노년기와 생애 말기는 어떠한가. 출가자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다가, 어느 시기에는 가람수호와 불법홍포에 힘쓰고, 또 어느 시기가 되면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승가의 보호 속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며 생을 마무리할 것이라 여겨 왔다. 은사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곁에서 시봉하며 함께했던 필자에게 이러한 수순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노구의 스승 곁을 지킬 권속도, 노후를 의지할 대중처소도 충분하지 않다. 외호대중 역시 넉넉하지 않다. 결국 노년을 보낼 거처와 삶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많은 스님들이 평생 가람 수호와 전법에 매진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채 그 시기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현재 조계종 승려의 약 32%가 65세 이상이다. 20년 뒤 그 비율이 5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종단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종단 토대이자 전법 주체인 승가가 존엄한 노년을 맞이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교구별로 승려복지를 담당하는 소임자가 고령·독거 스님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구마다 재직승과 재적승을 돌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비구·비구니 노후 수행관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도시 근교에 토지를 보유한 말사나, 점차 비어 가는 사찰 시설을 보완해 노후 수행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일정 기간 해당 수행관을 운영하는 사찰에서 소임을 맡도록 제도화한다면 사찰은 소임자 수급의 어려움을 덜고, 노스님들은 승가의 보호 속에서 여법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 스님들에게는 늙음과 병듦,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 자체가 살아 있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종단의 의지와 교구별 전담 인력, 노후 수행처와 요양원이 마련된다면 평생 가람수호와 전법에 헌신해 온 스님들이 기쁘게 소임을 내려놓고 승가의 보호 속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존엄하게 늙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출가에서 임종까지 승려의 완전 복지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의 원력에 기대를 걸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