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글-[현불논단] 한국불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설해스님)
[현불논단] 한국불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 설해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 입력 2026.04.24 09:53
- 댓글 0
종단 운영 아우를 체계적 설계 필요해
미래 전략 컨트롤타워 구축이 첫 걸음
총무원장 선거서 구조적 해법 제시되길
필자가 머무는 사찰은 인구소멸 지역의 산간에 자리하고 있다. 신도 구성만 보더라도 지역 불자보다 도시에서 찾아오는 불자들이 두 배 이상 많다. 이들이 사찰을 찾는 이유는 신행과 함께 자연 속에서의 쉼과 치유에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마주할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10년 후, 30년 후 이 사찰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올해 유사한 환경의 사찰들을 조사하며 나름의 해답을 찾아볼 계획이다.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당장의 운영을 이어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찰의 존속과 효과적인 포교를 위해서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바람이 생겨났다. 종단이 지역별·유형별로 사찰의 발전 방향과 존속 방안을 제시해 줄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시선을 넓혀 보면 이 질문은 개별 사찰을 넘어 종단 전체로 확장된다. 10년 후, 30년 후 우리 종단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20여 년 전부터 종단 존립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동안 총무원 집행부는 승려복지 확대, 요양시설 운영, 포교 거점 사찰 조성, 출가 체험 프로그램 활성화, 지역별 포교역량 결집대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의 연속성이 약화되고 사업이 단절되는 사례 또한 반복돼 온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을 넘어 종단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중장기 미래 전략 수립, 데이터 기반 분석, 사회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단계별 실행 계획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그래야만 종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종단의 현실을 짚어보면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개별 사업과 현안 대응에는 역량이 집중돼 있으나, 종단 전체의 미래를 조망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종단이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목표와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전략, 이를 뒷받침할 정책 연구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각 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평가와 보완이 반복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종단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총무원장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다양한 공약이 제시된다. 승려복지, 교구 활성화, 포교 확대, 비구니 역할 강화 등은 매번 빠지지 않는 핵심 의제다. 이는 그만큼 중요하지만 아직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뜻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공약의 이면에는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구조와 계획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약속하는 공약을 넘어, 30년 후에도 건재한 종단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그 모든 사업을 가능하게 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이다.

